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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장애인 탈시설 찬성과 반대

JI SANG 2023. 11. 18. 11:13

탈시설 반대론

2020년 3월, 6월 제주와 광주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로 인해 낮에 보호를 해 주던 주간보호시설이 폐쇄되고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다 발생한 일이었다. 수년 전에는 자녀의 발육이 늦어 검사를 해 본 후 발달장애로 판정을 받은 온 가족이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가정에서 돌본다는 것은 가정 기능이 완전히 마비됨을 의미한다. 24시간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고 가족 중 누군가(대부분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미래도 끝도 보이지 않은 돌봄 생활은 비장애 가족들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한다. 결국 가족해체, 자살과 같은 극단의 결과를 초래한다. 시설에서 살지 않지만 시설의 삶보다 더 못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시설에 자녀를 맡긴 보호자들은 탈시설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98%가 중증장애인이고 24시간 보호를 받고 있는 시설 장애인들이 탈시설했을 때 오히려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시설운영자들은 주장한다. 독립된 공간에서 오히려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고 지역사회가 더 안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학대현황보고서는 시설보다 집에서 2배 이상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발달장애인의 10%만이 시설에 살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정확한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

선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찬성론

영국은 시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주택의 형태로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장애인들은 집 한 채에서 봉사자, 직원과 함께 4, 5명 정도 생활한다. (시설) 마을 안에는 농장, 작업장, 마켓,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물들이 있어서 비장애인 이웃들도 이용한다. 자연스럽게 탈시설한 형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있다는 이유로 탈시설이 논의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대규모 시설 형태다. 하지만 대부분 혼자만의 생활공간이 주어진다. 독일은 2014년 방문했을 당시 UN장애인권리협약의 권고에 따라 탈시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를 유지한다. 아마도 자치단체장의 마인드, 사회적 시각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인 듯하다. 2000년 초반까지 모든 시설을 폐쇄한 버몬트 주는 내게도 꽤 충격적이었다. 거의 30여 년에 걸쳐 시설운영자, 보호자, 당사자들과 논의하고 협의하여 시설을 모두 없앤 경우였다. 그렇다면 버몬트 주의 장애인들이 훨씬 장애가 덜 하였던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에이전트를 방문해 만난 장애인들의 장애 정도는 우리나라의 시설 장애인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이렇듯 시설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다만 사회가 장애인을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고 장애인들이 사는 환경이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로 탈시설을 찬성하고 주장하는 쪽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시설 장애인의 탈시설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며칠째 시무룩해 있던 A 씨를 상담했던 날, 그녀의 한마디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거주시설이 운영 중인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A 씨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했는데 가고 싶지 않았다. 환경적 조건은 이사를 앞둔 집이 훨씬 좋았는데도 말이다. 현재 집에는 함께 사는 몇몇 친구들이 훈련이 돼서 직원이 아침저녁으로 방문만 하는데 이사할 집에는 직원들이 24시간 함께 있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한마디로 '새 아파트에는 선생님들이 있잖아요'라고 표현했다. 자신을 위한 말도 통제라고 여긴 것이다. 탈시설을 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이 우선적으로 지적하는 이유이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시설운영자와 보호자들이 시설을 어떻게 운영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보호’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있지만 ‘격리와 통제’라는 남루한 속사정을 가진 곳이 바로 거주시설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런데 보호자시설운영자들은 왜 탈시설을 반대할까왜 정부는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할까.
결론적으로 탈시설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장애 정도를 고려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10인 정도의 다수, 4인 정도의 소수가 생활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 집 말이다. 그 또한 장애인 당사자가 선택해야 하고 혼자만의 공간도 허용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양성, 선택 결정권, 지역민이 긍정적 인식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은 장애인을 격리해 시설을 만들 당시 장애인들의 건강한 생활을 염두에 두고 자연적 여건이 뛰어난 곳에 시설을 설치했다. 출발 인식이 달랐다. 그리고 시설 장애인도 지역에 살아야 한다는 정상화(Normalization) 패러다임을 받아들여 지역사회로 이주를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는데 지역민을 설득하고 협의한다. 맺음 또한 다른 것이다.
정부가 탈시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설운영자, 보호자, 장애인을 만나고 지역민을 만나고 어느 매듭을 풀고 맺어야만 장애인들이 행복한 사회가 될지 머리를 싸매고 고심해야 한다. 탈脫은 없고 탈頉만 많은 로드맵을 발표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장애인 복지를 혼란에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총 네 편에 걸쳐 장애인거주시설을 다루어 보았다. 다 다루지 못한 내용들이 많다. 시설이어서 좋은 점도, 시설이어서 서글픈 점도 내 기억 속에는 수 없이 많다. 다만, 30년이 넘게 장애인 복지를 하면서 든 생각은 ‘시설을 품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시설’이라는 점이다.